2008년 12월 10일 수요일

내 남자 ..



어느 연인의 결혼식 전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자의 아버지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자와 아버지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소설은 이 기묘한 부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흔적을 따라 간다.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15년에 걸친 사랑, 그 처절하고도 슬픈 사랑의 행적을 뛰어난 필치로 묘사한 화제작. 양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논쟁적 소재를 다뤄 잡지 연재 당시부터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소설. 반사회적이라는 반론 속에서도 탁월한 문학성과 작품 전체가 가지는 존재감을 무기로 결국 나오키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소설 속 '내 남자'의 이름은 구사리노 준고. 주인공 다케나카 하나의 양아버지다. 15년 전 홋카이도 남서해에 일어난 해일로 가족을 잃은 초등학교 4학년의 어린 하나를 먼 친척인 그가 양녀로 삼았다. 둘의 나이 차는 불과 열여섯. 하나는 준고에게서 처음으로 가족의 냄새를 맡게 되고, 준고 또한 하나에게서 어머니 같은 사랑을 느낀다. 둘은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킨 채 행복을 느낀다. 이후 절대적으로 서로에 의존하게 된 외로운 두 영혼은 절망적으로 뒤엉키고 어두운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한다. 광기로 가득한 사랑은 이미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서고, 이를 눈치 챈 동네 노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만다. 비오는 날의 눅눅한 분위기. 그 속에서 스며 나오는 달콤하면서 관능적이고 불길하며 퇴폐적인 느낌. '믿을 수 없이 관능적인 묘사와 미쳐버릴 것만 같은 격정적인 사랑'이라는 '격정적인 평론'은 우리의 가슴을 기대로 가득차게 한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가장 처절하고도 슬픈 사랑을 그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이며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댓글 없음: